조장현의 블로그 Artisan Anthony's Blog

조장현 셰프가 하는 아티장 식품 이야기


새 카테고리한국치즈샵의 미래

한혜선
2024-06-19
조회수 2808






재작년 가을 프랑스 리옹의 할레드 폴 보큐즈 (Halle de Paul Baucuse)에 갔었습니다.

일종의 시장인데 많은 인파로 붐비는 가운데 특색 있는 가게들이 꽉 들어 차 있었습니다.

대형 시장 안에 치즈 전문점과 샤퀴테리 전문점이 생동감 있는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.

이탈리아 등 유럽의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것이랴 말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.

신기한 먹거리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먹고 싶은 것을 조금씩 사서

스탠딩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을 하면 그저 이런 것이 인생 사는 기쁨이란 생각이 듭니다.

장면이 바뀌어 서울의 고급 백화점의 식품 매장 한편에 가지런히 진열된 치즈 코너에 서 있습니다.

수입품 치즈로 완벽하게 포장된 상태에게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.

생동감이 결여된 느낌입니다. 마치 수산 시장에 갓 잡아 온 온갖 해산물이 싱싱하게 진열된 모습과

슈퍼마켓 진열대에 진공 포장되고 박스에 담겨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모습과 비교하면 비슷한 느낌일 것입니다.


여기에는 국내 법규의 문제가 있습니다.

해썹(HACCP) 공장에서 무균, 완전 살균을 자랑하며 진공포장된 제품을 진열장에 올려야만 합니다.

가령 휠(wheel)로 된 30KG 짜리 체더치즈라면 공장에서부터 소분하고 진공포장해서 출하해야 하는 것입니다. 30kg 휠을 매장에서 손님이 원하는 만큼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.

치즈샵에서 숙성 시설을 가지고 더 숙성을 시킬 수도 있고 알맞게 숙성이 끝나면 고객이 원하는 양만큼 잘라서 판매하는 것이

일반적인 유럽과 미국의 치즈 숍의 모습입니다..

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이 불법이라니! 그것뿐만이 아닙니다.

프랑스에서는 치즈를 장기 숙성할 때 짚을 사용하거나 소나무판을 이용하는데 우리나라 해썹 기준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.

치즈를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위에 놓고 숙성시켜야 합니다.


우리나라의 법 제도와 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유럽 같은 치즈 숍은 꿈꾸기 힘듭니다.

하지만 앞으로 생동감 있는 디스플레이로 미감을 자극하고 소비자에게 테이스팅을 제공하고

치즈의 특성과 숙성 정도를 설명할 수 있는 치즈 숍을 앞으로 기대해 봅니다.